사립탐정 ‘켄지 패트릭과 안젤라 제나로 콤비 시리즈’ 중 네 번째 작품 [가라, 아이야, 가라 Gone, baby, gone]는 벤 애플렉 감독에 의해 2007년 영화화된 데니스 루헤인의 소설이다. 총 6권의 시리즈 소설 중 영화로 만들어진 건 이 작품 하나로, 왜 하필 이 편을 골랐을까 궁금했다. 사실 켄지와 제나로 시리즈는 심하게 하드보일드인데다 독특한 유머코드 때문에 영상으로 표현하는데 있어 제약이 생길 듯한 요소가 많다. 폭력, 마약, 살인, 납치, 부패 등은 장르적 특성이라 할지라도, 전쟁을 방불케 하는 총격전이나 잔인한 사건에 대처하는 보복성이나 불법적인 측면이 조금 색다르다. 게다가 아메리칸 드림에 반하는 인종 차별, 아동 학대, 가정 폭력, 빈부격차, 소외계층 등의 사회현실을 아프게 꼬집어대는 것이다. 아무튼 시니컬한 이 시리즈의 뒷맛은 늘 떨떠름한 가운데, 이번 편은 감정적으로 가장 괴로운 상황을 그려냈다. 현대사회에 만연한 현실적인 문제를 고발함과 동시에 가치판단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이 작품이야말로 영화를 제작하며 깊은 울림과 진지한 고민을 담을 수 있겠다는 판단이었으리라.◆ Patrick Kenzie and Angela Gennaro Series1. 전쟁 전 한잔 (A Drink Before the War, 1994)2. 어둠이여, 내 손을 잡아라 (Darkness, Take My Hand, 1996)3. 신성한 관계 (Sacred, 1997)4. 가라, 아이야, 가라 (Gone, Baby, Gone, 1998)5. 비를 바라는 기도 (Prayers for Rain, 1999)6. 문라이트 마일 (Moonlight Mile, 2010)한마디로 이번 작품의 화두는 이거다. 학대와 다름없는 양육을 받는 아이가 납치되었다. 제멋대로인 부모에게로 돌려보내야 하느냐, 사랑을 듬뿍 쏟는 양부모의 품에 놔두어야 하느냐. 법대로 하면 아이의 불행은 예견된 것이고, 행복을 추구하자니 불법을 저질러야만 한다. 매스컴에 의해 스타가 된 친모는 울며불며 슬픔을 호소하고 아이에게 잘할 것을 약속한다. 그러나 마약과 술에 취해 아이를 버려두던 습성을 과연 고칠 수 있을까? 인디언 서머로 시작해 종점을 맞은 4월은 그야말로 가장 잔인한 달이 되었다. 앤지가 떠날 수밖에 없었던 마음을 십분 이해하고도 남는다. 인간 이하의 변태 범죄자와 너무나 인간적이라는 것이 약점이 된 경찰 사이에 역대 최고의 찜찜함을 안겨준 작품, 결국 나는 잠을 설쳤다.스포일러 한줄 평으로 마무리 지으련다.“가라, 아이야, 가라더니!!!”(참고로 영어 Gone은 아이한테 가라고 하는 말이 아니라, 아이가 이미 가버린 상태를 의미하는 것이라고 하니 원제목으로서는 억울할지도 모르겠다.)
데니스 루헤인은 현대 미국의 하드보일드 스릴러를 대표하는 작가라고 할 수 있다. 셰이머스 상, 앤소니 상, 배리 상 등 굵직한 추리 문학상을 연달아 수상하였으며, 출간작마다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에 등극했다. 1970년대 인종분쟁을 낳았던 유색인종의 분노, 그리고 오늘날 천정부지로 치솟는 토지세와 임대료 때문에 자신의 터전에서 쫓겨나고 있는 노동계층의 울분을 바탕으로 현대 미국 보스턴의 하층민과 계층간의 아픔를 켄지&제나로 시리즈 를 통해 써왔던 데니스 루헤인은 가라, 아이야, 가라 에서 보다 심층적인 사회 문제를 화두로 끄집어낸다.
친구와 술집에서 노닥거리다가 딸을 잃어버리고, 육아를 애완동물 키우는 것쯤으로 귀찮게 여기는 철없는 미혼모. 책임감도 없고 아이에 대한 애정도 없는 부모 밑에서 자라난 아이들은 장차 어떻게 될 것인가? 작가는 진실에 접근하는 두 탐정의 갈등을 통해 반드시 아이는 생모에게 보내져야 한다는 기존의 미국식 통념을 뒤집고, 그것이 오히려 아이에게 사형 선고를 내리는 것이 아니냐고 반문한다.
프롤로그 1998년 10월 텍사스 메사 항
1부 1997년, 인디언 서머
2부(상) 20만달러 + 평화 = 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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