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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크라테스는 누구나 아는 철학자 일 것이다.그의 죽음이나, 그의 기본적인 사상. 너 자신을 알라 등을 윤리 교과 시간에 간단히 배웠기에 알고는 있었다. 그러나 그의 사상에 대해 자세히 알 수 있는 기회는 없었다.철학 서적이라는 것이 일반인들이 읽을 기회가 별로 없고, 도전하기도 어려운 책이기 때문이다.인문서적 붐이 일어, 그 분위기에 나도 고전 인문을 좀 읽어야 겠다고 생각했고그중에 이 책을 선택하게 되었다. 생각보다 어렵지는 않았다. 소크라테스는 자신의 신념대로 산 사람이라는 것에 우선 감명을 받았다.그의 유명한 명언인 너 자신을 알라 라는 말의 의미나, 출처도 알았다.원래 소크라테스가 한 말이 아니고, 어느 신전에 쓰여있던 경구였다.질문을 통해 상대방을 깨우치는 대화법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었다.그의 국가론도 일면 동의할 수 있는 부분이 있었고, 여러가지로 좋았다.다만 그의 철학이라는 것이 영적인 존재와 깊이 연결되어 있다는 것이 기독교인 입장에서 좀 꺼름직 했다. 당연히 그 영적 존재는 성령님은 아니다.책이 좋았던 점은 역자가 고대 희랍철학에 권위자 였던 것이고, 자세한 난외주로 번역의 신뢰성을 높여준 것이다.여러출판사에서 번역된 역본이 있지만 서광사 역본의 번역에 많은 신뢰가 간다.
여기에 수록된 네 대화편은 알렉산드리아의 천문학자였다가 나중에 로마 시민이 되었으며, 음악 이론에도 밝았던 Thrasyllos(라틴 이름은 Claudius Thrasyllus, 기원 후 36년 사망)가 플라톤 학파의 사람 Derkylides와 함께 플라톤의 대화편들을 네 편씩(tetralogia) 묶어서 아홉 개의 tetralogia로 분류하면서, 맨 처음 것으로 묶인 것으로 흔히 소크라테스의 최후와 관련된 4부작으로 간주되는 것들이다.

에우티프론 편은 소크라테스가 기소된 죄목 가운데 하나인 ‘신들에 대한 불경’과 관련하여 그 판단 기준이 될 ‘경건함’이 무엇인지를 다루고 있으며, 이런 물음이 갖는 철학사적인 의의를 잘 나타내고 있다. 이런 유형의 소크라테스적인 대화편들은 플라톤 철학이 접목되기 이전의 초기 것들로 분류되며, 이 대화편은 그런 특징을 잘 보여 준다. 경건함이란 무엇인가, 용기란 무엇인가 또는 절제나 건전한 마음의 상태란 무엇인가 등의 주로 윤리적인 덕목 개념과 관련된 물음들을 던지고 이에 대한 대답들이 제대로 된 것인지를 철저하게 따지고 드는 형태로 진행되는 것이 이 대화편의 특징이다.
소크라테스의 변론 편은 아고라의 한 법정에서 소크라테스 자신이 하게 되는 자기 변론에서 시작하여, 그에 대한 사형 판결이 난 다음에 하게 되는 그의 최후 진술로 끝을 맺고 있다. 소크라테스의 법정 변론이 어떤 것이었는지, 그가 평생동안 한 일은 무엇이었는지, 일찍이 민주주의를 제도화했던 아테네인들이 왜 그를 사형시키게 되었는지 등에 대해 기술하고 있다.
크리톤 편은 소싯적부터 소크라테스의 친구로서 그에게 헌신적이었던 크리톤이 애틋한 심정으로 여러 구실들을 대며 소크라테스에게 탈옥을 종용하지만 원칙의 준수와 자신이 한 선택을 위해 소크라테스가 이를 거절하는 이유를 밝히고 있다.
파이돈 편은 소크라테스가 한 달 동안의 감옥살이 끝에 마침내 독약을 마시기로 되어있는 마지막 날을, 새벽부터 해질녘까지 어떻게 보냈는지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친구 및 제자들과 함께 그가 가진 담론 내용들도 학문적으로 흥미롭고 중요하지만, 원칙과 신념을 고수하며 자기 철학의 순교자로서 최후를 의연히 맞는 한 철인의 모습이 감동적으로 그려진다.
이 역주서(譯註書)는 옥스퍼드 고전 원전 (Oxford Classical Text) 중에서 E. A. Duke, W. F. Hicken, W. S. Nicoll, D. B. Robinson, J. C. G. Strachan이 1995년에 공동으로 편찬하여 낸 플라톤 전집 (Platonis Opera) 제1권에 수록된 것들을 기본 대본으로 그 외 다수의 판본들을 참조하여 번역하고 주석을 단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