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루한 사회교과서 때문에 학습에 도무지 흥미가 일지 않는 학생들이라면 정말 즐겁게 사상을 접할 수 있는 책이다. 다소 무겁게 느껴지는 사상이란 단어는 생각이란 뜻을 가진 한자어 두 개가 조합된 것으로써 좀 더 쉽게 견해로 바꿔 쓸 수도 있다. 사람이 무언가를 두고서 가지고 있는 생각과 체계를 이야기하는 것. 여기서 흥미로운 점은 시대적 상황의 요청이나 그 특이성으로 말미암아 굵직한 사상들이 역사적으로 등장하는 것이다.
겨울밤 등따신 구들장에 드러누운 오래된 부부도 동상이몽을 하며 오래된 지기도 놓이 처지에 따라서 동일한 물건을 두고 다른 마음을 품는다. 하물며 오만가지 색을 가진 인간군상들이 모인 사회에서 짜맞춘 듯 동일한 생각의 모양새를 가진 사람 없음은 분명할진데 교과서에 등장할 정도로 다수의 지지에 의해 사회학적 의의를 획득하여 이름까지 달아놓은대표적인 생각들이 있다는 점부터 사상은 그 시작부터 자체적인 매력이 있다 생각한다.
서른가지의 생각꾸러미를 다섯개의 카테고리로 분류해놓았다. 학창시절 힘들여 익힌 개념들이 쉽고 재미있게 서술되어 있어 막힘 없이 읽을 수 있었다. 저자 안광복씨는 대한민국 1세대 철학 교사답게 학생들의 눈높이에 맞춘 친절하고 알기 쉬운 예시와 술술 읽히는 편한 문체로 페이지를 채워놓았다. 챕터 말미에 던져놓은 철학화두란과 더 읽어 볼 책으로 구성하여 능동적인 독자가 될 것을 독려한 점도 마음에 들었다. 중간중간 등장하는 적절한 이미지 자료도 유연한 독서활동을 도왔다.
1. 세상을 이끄는 지도 -정치사상‘국민에 의한 국가’를 넘어 ‘국민을 위한 국가’로 -공화주의‘과학적 야만’의 탄생 -계몽주의지킬 것은 지키고 바꿀 것은 바꾼다! -보수주의정치적 색깔을 알고 싶다면 ‘자유 민주주의자’인지 물어라! -자유 민주주의더 많은 자유, 더 많은 평등, 더 많은 정의, 그리고 연대 -사회 민주주의좀도둑은 있어도 아우슈비츠는 없는 사회를 꿈꾸다 -아나키즘민주주의의 그림자 -포퓰리즘2. 문화의 맥을 짚다 -철학.예술 사상사랑, 감정, 열정, 자유! -낭만주의운명을 사랑하라! -니힐리즘행복은 그냥 피어나는 것 -실존주의시스템은 우리를 행복하게 할까? -구조주의해체는 정의롭다! -해체주의발전보다 웰빙을, 통일보다 다양성을! -포스트모더니즘예술은 사회를 변혁해야 한다 -사회주의 리얼리즘3. 패권인가, 해방인가? -국가의 이념백인의 의무를 짊어지라 -제국주의‘피와 흙’에서 ‘상상의 공동체’로 -민족주의불안한 민주주의를 흔드는 악마의 유혹 -파시즘팽창 없이는 타락을 막을 수 없다 -프런티어 정신정신적 허상의 잔인한 몰락 -대동아 공영권중국식 사회주의는 현재 진행형 -마오이즘우리식 사회주의는 필승 불패 -주체사상4. 풍요로움을 향한 몸부림 -경제이념축적하고, 축적하라! -자본주의민주주의가 밥 먹여 주냐! -개발 독재유교 자본주의를 넘어 ‘동아시아적 가치’로 -신유교 윤리시장이 없으면 자유도 없다! -신자유주의자본주의의 영혼 -기업가 정신5. 사회를 진단하고 미래를 꿈꾸다 -사회사상서양은 지배하고 동양은 지배당해야 한다 -오리엔탈리즘유리 천장을 뚫고 무지개 세상을 고민하라! -페미니즘멈출 수 있는 용기가 달리는 능력보다 중요하다 -생태주의법과 예산에 의한 지배 -관료주의
가끔 이런 책들 중에서 정치적 성향이나 아주 개인적인 견해를 눈에 띄게 관철해서 중립을 잃은 모습을 보이는 경우가 있는데 해당 서적은 지은이 스스로 서두에 밝혔던 듯이 말을 아끼거나 둥글려 지나간 흔적이 곳곳에 보였다. 자신의 생각과 닮았다 여겨지는 무리 속에서 감정이입을 하며 글을 쓴 모습도 없었고 오해를 살만한 군더더기 설명을 많이 배제하려 노력한 것 같았다. 나는 그래서 더욱 글쓴이의 내밀한 생각과 깊은 이야기가 궁금해서 나중에 그가 기고한 칼럼도 찾아 보기로 마음 먹었다.
목차를 보면 눈에 읽은 사상들이 많지만 내 이목을 단연 끈 것은 해체주의다. 간단히 빛이 있으면 어둠이 있는 것이고 어둠에 부정적인 이미지를 두지만 실상 빛은 어둠 없이는 존립할 수 없는 현상이다. 선을 그어 양쪽으로 나누어 차이를 만들어 이어서 차별한다. 그 선이란 것이 사실 애초부터 신의 섭리나 진리인지 의구심이 들지만 많은 이들은 이를 따른다. 패션으로 치자면 상표를 안으로 두는 것이 그러한데 실험적이고 도전정신이 충만한 디자이너는 이를 밖으로 내놓은 작품을 모델에게 걸쳐서 런웨이를 활보케 할 것이다.
언뜻 생각하면 허무주의 같기도 하고 제대로 된 기준 없어 불안한 모양으로 느껴진다. 절대적인 것이 없다고 말하면 모든 사람들의 생각은 옳고 가치있는 것이기에 하나의 잣대를 가지고 상처 줄 일도 받을 일도 사라지니 엄청나게 좋아 보인다. 하지만 해체주의가 궁극적으로 주장하는 바는 이원론을 제거하자는 게 아니다. 사실 이원주의가 가져오는 이상한 사람들 양산에 대해 의구심을 가지고 지속적인 관심과 문제에 대한 각성을 촉구하는 과정 자체가 이들의 핵심이라 할 것이다.
산업혁명 이후로 대량생산 체제 때문에 다수의 시류에 편승해야만 편리하고 탈 없이 살 수 있는 시대를 살아오다 현재는 디지털 정보화를 통한 맞춤형 시대의 막이 오르면서 이전부터 억압되어오던, 다분히 개성적인 것들이 수면위로 떠오르고 있다. 대표적으로 레즈비언이나 게이처럼 소수의 성적 취향 문제가 있다. 앞으로 기술이 더욱 첨단화 된다면 무생물인 웹상의 가상인물이나 사람과 비슷한 사이보그와 사랑에 빠지는 경우도 사회적 잇슈가 될지 모른다. 해체주의는 그런 순간에도 우리에게 스스로 질문하고 생각하도록 기회를 만들어 줄 것이다.
청소년을 위해서 교과서적인 사상들을 설명한 것이라지만 사회현상을 심도 있게 이해하고자 하는 성인에게도 상당히 유익한 양서가 될 것이라 본다. 어느 정도 사상사나 개념에 대해 대략적으로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내게도 좋은 자극이 되어준 책이었다. 항상 느끼지만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교양서는 언제나 이해가 쉽고 기본에 충실하면서도 양질의 정보를 제공하면서도 즐거움은 덤으로 얹어주니 기억에 오래 남는다. 윤리나 사회과학 수업에 염증을 느끼는 친구들이 읽으면 좋은 바탕이 될 책이니 일독을 권한다.
* 저작권을 위해 일부 이미지를 흐리게 처리하였음을 알립니다.
일찌감치 교과서에서부터 만나지만 뜻을 파악하기 쉽지 않은 사상들을 모아 정확한 맥락과 의미를 짚어주는 책이다. 성숙한 시민으로서 알아야 할 사상들의 진면목을 한 권으로 알차게 만날 수 있다. 사상들의 생동하는 모습을 보여줄 뿐만 아니라 균형 잡힌 서술로 각 사상의 장단점을 꼼꼼하게 살펴본다.
청소년기에 교과서에서 접하게 되는 사상은 다양하다. 공화주의, 보수주의, 사회 민주주의, 포퓰리즘을 비롯한 정치사상. 페미니즘, 생태주의, 오리엔탈리즘을 비롯한 사회사상. 자본주의, 신유교 윤리, 신자유주의를 비롯한 경제 이념. 실존주의, 구조주의, 해체주의, 포스트모더니즘을 비롯한 철학사상까지.
이 책은 그들의 난해한 논의를 옮기는 식으로 설명하지 않는다. 어려운 개념어를 쓰지 않고도 계몽주의 안에 ‘왕따의 씨앗’이 있다는 점을 간명하게 납득시킨다. 구조주의에 대한 설명도 명쾌하다. 장기를 둘 때 졸이 하나 없으면 다른 물건으로 대신하는 사례를 들어 간명하게 ‘구조’에 대한 이해를 돕는다.
이러한 맛깔스러운 서술 덕분에 독자는 입맛 당기는 사상의 향연을 즐길 수 있게 된다. 더불어 이 책에는 사상마다 ‘철학 화두’도 담겨 있다. 사상을 살펴본 뒤 우리의 현실을 돌아보는 물음을 제시한 것이다. 이는 ‘사상 따로 현실 따로’가 아니라 여러 사상으로 우리의 현실을 돌아볼 수 있게 안내한다.
1. 세상을 이끄는 지도 -정치사상
‘국민에 의한 국가’를 넘어 ‘국민을 위한 국가’로 -공화주의
‘과학적 야만’의 탄생 -계몽주의
지킬 것은 지키고 바꿀 것은 바꾼다! -보수주의
정치적 색깔을 알고 싶다면 ‘자유 민주주의자’인지 물어라! -자유 민주주의
더 많은 자유, 더 많은 평등, 더 많은 정의, 그리고 연대 -사회 민주주의
좀도둑은 있어도 아우슈비츠는 없는 사회를 꿈꾸다 -아나키즘
민주주의의 그림자 -포퓰리즘
2. 문화의 맥을 짚다 -철학.예술 사상
사랑, 감정, 열정, 자유! -낭만주의
운명을 사랑하라! -니힐리즘
행복은 그냥 피어나는 것 -실존주의
시스템은 우리를 행복하게 할까? -구조주의
해체는 정의롭다! -해체주의
발전보다 웰빙을, 통일보다 다양성을! -포스트모더니즘
예술은 사회를 변혁해야 한다 -사회주의 리얼리즘
3. 패권인가, 해방인가? -국가의 이념
백인의 의무를 짊어지라 -제국주의
‘피와 흙’에서 ‘상상의 공동체’로 -민족주의
불안한 민주주의를 흔드는 악마의 유혹 -파시즘
팽창 없이는 타락을 막을 수 없다 -프런티어 정신
정신적 허상의 잔인한 몰락 -대동아 공영권
중국식 사회주의는 현재 진행형 -마오이즘
우리식 사회주의는 필승 불패 -주체사상
4. 풍요로움을 향한 몸부림 -경제이념
축적하고, 축적하라! -자본주의
민주주의가 밥 먹여 주냐! -개발 독재
유교 자본주의를 넘어 ‘동아시아적 가치’로 -신유교 윤리
시장이 없으면 자유도 없다! -신자유주의
자본주의의 영혼 -기업가 정신
5. 사회를 진단하고 미래를 꿈꾸다 -사회사상
서양은 지배하고 동양은 지배당해야 한다 -오리엔탈리즘
유리 천장을 뚫고 무지개 세상을 고민하라! -페미니즘
멈출 수 있는 용기가 달리는 능력보다 중요하다 -생태주의
법과 예산에 의한 지배 -관료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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