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라는 토라에게 경멸에 찬 시선을 던졌다. 두 말할 것도 없이 인간답게 살기 위해서는 그에 맞는 임금을 받아야 한다는 메세지를 전달하려는 거였다. 하지만 원하는 돈을 벌기 위해서는 그만한 일을 해야 하는 법이다. 작가의 다른 작품이 "아무도 원하지 않은"과 거의 유사한 플롯을 가진 소설이다.현재의 시점에서 벌어진 사건의 전모를 추적하는 주인공의 이야기와주인공이 쫒는 사건의 주인공이 다른 시간대에서 겪은 사건이 병렬적으로 서술되고서로의 이야기가 제한되거나 가끔은 모순된 정보를 독자에게 번갈아가면서 주면서독자의 궁금증과 긴장감을 고조시키다가마지막에는 아이의 슬픈 시선으로 마무리되는 방식까지유난히 거슬리는 설정없이 재미있고 성실하게 잘 쓴 범죄소설이긴 하다(사실 많은 홍보를 바탕으로 베스트셀러에 오르는 함량미달의 여타 범죄소설들보다 훌륭하다)그래도 둘 중에서라면 "아무도 원하지 않은" 을 추천하련다
호화 요트 한 대가 방파제와 충돌했다. 무언가, 불길하고 나쁜 일이 벌어졌다탐욕의 부스러기들, 그 뒤에 남은 진실의 부스러기들북구의 겨울 추위가 가시지 않은 어느 밤. 아이슬란드 수도 레이캬비크 항구로 호화 요트 한 대가 무섭게 돌진한다. 칼바람 속에서 지켜보는 승객 가족과 세관원들의 걱정에도 아랑곳없이 요트는 요란한 굉음을 내며 방파제에 부딪혔다. 요트의 전 소유주는 파산했고, 아이슬란드 은행의 분쟁조정위원회로 명의가 넘어간 직후였다. 리스본을 출발해 레이캬비크에 도착할 예정이던 배 안에는 세 명의 선원과 부부, 부부의 쌍둥이 딸들이 승선했다. 깜짝 놀란 세관원들이 서둘러 요트로 들어갔지만 배는 텅 비어 있었다. 승객들 모두,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린 것이다. 배 안에서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 부스러기들(아이슬란드어 원제: BRAKIÐ, 영문판 제목:The Silence of the Sea) 은 작가 특유의 ‘어둡고, 깊고, 차가운’ 소설문법이 견고하고 아름답게 녹아든 작품이다. 사건 경위를 추적하는 변호사 토라와 비극에 휘말린 주인공 아이에르의 시선을 교차시키며 독자들을 헤어나기 힘든 미궁 속으로 이끌어간다. 우리는 별 볼일 없는 오늘이 내일도 여전히 계속될 것이라고 철석같이 믿고, 그 믿음으로 인해 종종 괴롭다. 하지만 견고하게 붙박였다고 생각하는 현재와 미래를 장담할 수 있는 사람은 어디에도 없다. 단 한 번의 작은 일탈, 낯선 누군가의 탐욕과 부주의로도 와장창 깨져버릴 수 있는 행복을 지키기 위해 발버둥치는 우리는 또 얼마나 가련한 존재인가. 부스러기들 은 이 같은 우리 삶의 일면을 심리 스릴러라는 형식을 빌려 단단하게 응축해낸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