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베른트 하인리히, 홀로 숲으로 가다


미국 사람 소로는 지금보다 더 옛날에 숲으로 갔다. 소로는 그때 도시도 복잡하다 느꼈을까. 지금 도시는 그때보다 더 사람이 많고 복잡할 거다. 도시에 사는 사람도 숲에 간다, 빌딩숲. 숲이라는 말이 들어가도 나무와 새 여러 동물이 사는 숲보다 안 좋다. 마음이 복잡할 때는 걸으면 좋을 거다. 어디를 걸어도 괜찮지만 숲을 걸으면 훨씬 좋다. 이렇게 말해도 난 산(숲)에 거의 가지 않는다. 몇해 전에는 다른 곳에 가는 길에 갔는데. 가끔 나무가 많은 곳에라도 가 볼까 하지만 그러지 않는다. 길가에도 나무가 있으니까. 피톤치드가 나오는 숲은 어떤 느낌인지 잘 모른다. 몰라도 좋을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가끔 숲에 가는 건 좋아도 살지는 못할 것 같다. 아니 아주 외진 곳이 아니라면 괜찮겠다. 본래 사람은 만나지 않으니 말이다. 우편배달이 잘 되는 곳이라면 좀 낫겠다. 다른 건 못해도 편지를 쓸 수 있을 테니 말이다. 며칠전에 조용한 섬은 어떨까 하는 생각을 잠깐 했는데, 섬은 우편배달이 잘되지 않아 안 되겠다 생각했다. 어딘가에 갈 것도 아닌데 이런 생각을 하다니. 그냥 생각해 볼 수도 있는 거 아닌가 싶다. 이 책에 실린 글은 요즘이 아니고 예전이다. 1990년대. 그때와 지금 아주 많이 다를 거다. 베른트 하인리히가 그때 살던 숲은 지금 어떨까. 숲이 아직 있을까. 그때 농장이었던 곳이 숲이 되었다니 지금도 있을지도 모르겠다. 한국에도 산이 아닌 평평한 숲이 있을 텐데 그런 곳은 못 가 봤다. 사람이 숲에 가면 사람은 좋아도 거기 사는 동, 식물은 그걸 어떻게 생각할까. 옛날보다 사람이 늘어난 뒤에는 숲이 많이 사라지고 동, 식물이 살 곳도 줄었다. 이런 걸 생각하면 자기 좋자고 숲에 가서 살면 안 되겠다는 생각도 든다. 동, 식물은 사람이 있든 없든 알아서 살겠구나. 만약에 사람도 숲에 산다면 그 숲에 사는 동, 식물과 함께 살아야 한다. 서로한테 해를 끼치지 않고. 숲에 가기로 한 사람이 이것저것 많이 가지고 가지 않겠구나. 숲에서 얻을 수 있는 거로 먹고 살겠지. 베른트 하인리히도 많은 것을 가지고 가지 않았다. 갈 때는 큰까마귀 새끼와 함께 갔다. 큰까마귀 이름은 잭이었는데, 잭은 나중에 떠난다. 잭이 떠나서 아쉽기도 했다. 숲에 가서 그렇게 되지 않았을까 싶다. 언젠가 큰까마귀가 나오는 동화 본 것 같은데 제목은 생각나지 않는다. 어느 날 갑자기 숲에 가서 살아야겠다 생각하고 행동할 사람이 얼마나 될까. 그런 사람이 많으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마음먹고 행동으로 옮긴 게 대단해 보이기도 한다. 베른트 하인리히는 대학에서 스물다섯해 넘게 학생을 가르쳤다. 어느 날 베른트 하인리히는 모든 걸 두고 메인 주 메인 숲으로 간다. 혼자여서 그럴 수 있지 않았을까. 그렇다고 식구가 아주 없지 않았다. 딸과 아들이 있었다. 혼자가 아니고 한식구가 다 숲에 간 적 있을까. 아무리 오래전에 인류가 자연에서 살았다 해도 지금 사람은 그때처럼 살 수 없다. 동물이나 나쁜 날씨를 피할 수 있는 집이 있어야 하고 먹을거리도 있어야 한다. 베른트 하인리히가 자급자족한 건 아니다. 오두막이 있는 숲에서 차를 타고 나가면 사람이 사는 곳이 나왔다. 메인 주는 베른트 하인리히가 미국에 오고 살기도 했다. 어릴 때 숲에 산 적이 있어서 다시 숲에 가고 싶었던 거겠지. 이 책을 보고 베른트 하인리히를 부러워하는 사람도 있겠지. 복잡한 도시를 떠나 나무가 많은 숲으로 갔으니 말이다. 숲에는 동물과 식물이 많았다. 베른트 하인리히는 흑파리와 흰발생쥐 때문에 애를 먹기도 했다. 흰발생쥐, 이름은 예쁜데. 겨울에 폭풍우가 몰려오고 베른트 하인리히는 오두막에만 있어야 했는데 그걸 기대했다. 폭풍우가 왔을 때 베른트 하인리히는 오두막 안에만 있지 않고 잠깐 바깥에도 나갔다. 눈이 많이 쌓인 숲에 홀로 있는 기분은 어떨까. 바깥이 추울 때는 따듯한 집 안에서 이불을 덮고 책을 보면 참 좋겠다. 베른트 하인리히가 숲에 간 건 여름이다. 여름에서 가을 겨울을 나고 봄을 맞았다. 가을에는 단풍이 무척 예뻤다. 단풍잎이 깔린 길을 걷는 기분도 무척 좋겠다. 봄이 오자 새들이 돌아왔다. 그런 모습 바라보는 것도 놀라웠겠다. 멀리서 보면 조용할 것 같은 숲이지만 거기에는 많은 목숨이 산다. 그들 질서에 따라. 사람이 멋대로 그것을 깨뜨리면 안 되겠지. 숲에 가도 이것저것에 손대지 않고 조용히 쉬었다 오면 괜찮겠다. 희선
조화로운 삶과 생명의 의미를 찾아나선 세계적 생물학자의 깊은 사색과 관찰의 기록 미국 동북부 맨끝에 위치한 메인 주의 어느 숲 속. 직접 지은 통나무 오두막집에서 전기도 수도도 없이 생활하는 한 생물학자가 있다. 뒤영벌 연구와 큰까마귀의 사회행동 연구를 통해 곤충생리학과 동물행동학의 새로운 영역을 개척한,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생물학자이자 자연주의자인 베른트 하인리히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25년 넘게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회의에 참석하고, 연구논문을 쓰는 생활을 반복하던 그는, 어느 날 갑자기 모든 것을 벗어던지고 홀로 숲으로 가겠다고 결심한다.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숲에서 사는 것이었다며, 어릴 때처럼 세상을 탐험하고 싶다는 순수한 욕구를 품은 채 숲으로 들어간다. 그가 정착한 메인 주의 숲은 소로와 니어링 부부 등 많은 자연주의자들이 사랑한 지역으로, 미국에서 가장 큰 삼림지대인 이곳에서 그는 자연 속 작은 삶을 시작한다. 이 책 베른트 하인리히, 홀로 숲으로 가다 는 존 버로스상 L.L윈십 도서상 미국 펜(PEN)클럽 논픽션상 등을 수상하며 사랑받고 있는 자연작가이자 최고의 동식물학자인 저자가, 세밀한 관찰과 집요한 탐구정신을 바탕으로 숲 속 생활에서 만난 생명을 가진 모든 것들의 이야기를 흥미진진하게 풀어내고 있는 자연 생태 에세이다. 저자는 이 책에서 대자연의 서사를 따뜻하면서도 섬세한 필치의 그림과 문학적 감수성이 풍부하게 녹아난 수려한 글로 꼼꼼하게 기록하고 있어, 생명의 경이와 자연과의 조화로운 삶, 숲 생활의 즐거움을 생동감 넘치게 그려냈다. 자연이라는 끝이 없는 배움의 터전에서 늘 호기심과 질문의 끈을 놓지 않는 저자를 통해 우리는 자연이 우리들에게 가르쳐주는 것이 무엇인지, 의식을 갖고 살아갈 때 작은 것에서 어떤 극적인 일들을 발견할 수 있는지 를 깨닫고, 나아가 삶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에 접근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작가의 말

여름
새로운 여행 친구가 생기다 / 내가 사는 곳, 애덤스 힐 / ‘진정으로 고립된 삶’을 시작하다 / 용도가 다른 두 개의 나무, 목재wood와 숲woods / 새들이 노래하는 계절을 맞이하다 / ‘찰나의 영원함’ 같은 삶 / 미리미리 땔감 마련하기 / 잭, 마침내 떠나다 / 이 땅의 역사를 만나다 / 시간에 대한 집착 / 천천히 움직이는 생명체들의 경이로운 여정 / 그들이 살아남기 위해 무작정하는 일들 / 8월의 열매들 / 여름은 가고 / 숲이 우리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 / 아들과 새끼돼지 잡기 경기에 참가하다 / 천천히 걷다 보면 더 많이 보인다 / 하루의 끝에 최고의 즐거움이란 / 인간이 만들어낸 ‘가치’의 의미

가을
고요하고 아름다운 가을의 정원 / 장거리 달리기를 하는 이유 / 단풍의 강렬함에 다시 취하다 / 이 땅의 아름다움을 함께 즐기다 / 벌목과 개벌 / 흑파리 떼가 나타났다! / 무스를 먹고 무스를 만나다 / 집안일은 되도록 하고 싶지 않다 / 큰까마귀의 날갯짓, 시간이 멈춘 것 같다 / 날아다니는 씨앗들과 내 의식의 흐름 / 더 새롭고 더 중요한 것을 구분해내는 방법 / 장작을 태울 때도 기술이 필요하다 / 아버지를 떠올리게 하는 가을 숲의 향기와 소리 / 에너지와 숲과 야생을 만들어내는 나무 / 개벌지에 가다 / 찰리와 사슴 사냥을 하다 / …잭일까? / 혼자 힘으로 달을 알아가는 일의 즐거움 / 습관이 허물어지다 / 다양하게, 이끼처럼 지의류처럼 / 사냥하러 다니는 이유 / 불청객 흑파리 떼가 더 늘어나다 / 계절에 따라 털옷을 바꿔 입는 동물들 / 크리스마스이브의 추억을 떠올리다 / 나를 닮은 내 아이들 / 월식을 관찰하다 / 바람의 변화무쌍한 소리를 듣다 / 내가 먹은 우둔살 스테이크의 정체 / 겨울눈 그리기 / 다시 돌아갈 수 없는 시절 / 꿈에서 잭을 만나다

겨울
다람쥐가 숨겨둔 사과를 찾아 먹다 / 큰까마귀 길들이기 / 가족과 함께한 크리스마스 / 겨울 생태학 수업을 시작하다 / 허클베리 습지를 답사하다 / 이 차는 로드킬 당한 동물을 주우려고 멈출 수 있습니다 / 더 깊은 자연으로 야외 수업을 떠나다 / 쥐를 요리해 먹다 / 코요테를 사냥하는 사람들 / 달콤새콤한 애벌레 / 잃어버린 못에서 시작된 환경 테러리스트 시나리오 / 큰까마귀의 겨울나기를 관찰하다 / 동물들이 겨울잠에서 깨어나는 날 / 큰까마귀에게 줄 고기를 찾아다니다 / 2월 초순의 기쁜 소식들 / 100년에 한 번 오는 폭풍 / 폭풍을 온몸으로 느끼다 / 폭풍이 지나간 뒤에 / 눈 속을 걷다


메이플 시럽을 만들어 보기로 하다 / 수액 모으기 / 자작나무 씨앗으로 보는 생명의 신비 / 고치를 찾아 나서다 / 파리 떼의 귀환 / 꿈 / 느긋하게 얼음낚시를 즐기다 / 돌아오는 생명들 / 아름답게 잘 유지되는 삼림이란 / 봄비가 내리다 / 천천히 삶의 속도를 줄여가다 / 새들이 돌아오고 있다 / 첫 봄꽃이 피다 / 숲을 자유롭게 탐색하다 / 생명이 가득한 땅 / 빙어낚시를 하려면 / 새로운 둥지를 짓기 시작하다 / 눈에 보이지 않는 아름다운 것들 / 좋은 물고기와 그렇지 않은 물고기 / 나무들이 살아가는 법 / 나의 고향, 메인 숲으로 다시 돌아오다

베른트 하인리히가 만난 메인 숲의 생명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