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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희망은 멈추지 않는다


위기에 대처하는 방법은 여럿이다. 문제의 근본을 건드리지 않은 채 제 강함을 과시하는 것도 그 중 하나다. 과거를 부정함으로써 현재의 정당성을 획득하려 드는 아베 정권의 만행에 많은 이들이 분노를 표하고 있다. 일본인들을 향한 강한 반감 역시 자연스레 형성됐다. 일본을 가리킬 때면 붙은 수식어 ‘가까우면서도 먼 나라’가 요즘처럼 잘 어울리기도 쉽지 않을 듯하다. 그러나 모든 일본인들이 일본 정권의 행보에 찬성하는 건 아니다. 오히려 그보다 더 많은 이들이 우려를 표명하고 있으며, 또 다른 길에 대한 나름의 고려를 하고 있다. 어느 쪽의 수가 더 많은지는 중요치 않다. 언론에 비춰지는 게 전부는 아니라는 것과 평화를 갈망하는 이들이 상당수라는 것 정도만 인식한다면 일본인들에게도 우정의 손길을 내밀 수 있다. 아시아 각국이 안고 있는 복잡한 역사 문화 사회문제 등에도 불구하고 피스&그린보트가 가능했던 것도 이 때문이다. 피스&그린보트는 열흘이라는 짧은 시간동안 운영된다. ‘시민들 간의 연대를 만들어 평화를 실현해나갈 수 있도록 만남과 배움, 행동의 장을 제공’하는 역할을 행하기에 열흘이라는 시간은 한없이 짧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행보를 많은 이들은 기적이라 부른다. 처음 보는, 심지어 언어가 통하지 않는 이들이 서로의 공통 관심사에 관한 대화를 나누며 우정을 쌓는다는 게 쉽지 않음에도 참가자들은 그래왔다. 2013년 프로그램의 경우, 제주도와 대만, 오키나와 세 곳을 오가는 일정으로 짜여졌다. 세 곳 모두 섬이자 비극적인 역사를 공유하고 있다. 역사적 현장을 직접 두 눈으로 바라보고, 그 곳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는 일은 앞으로 우리가 평화를 일궈야 할 이유를 설명해줄 것이었다. 태풍으로 인해 오키나와에 상륙하지 못하면서 일정에 차질이 빚어진 게 참가자들 사이에서는 많이 아쉬울 것이다. 오키나와에서 탑승하기로 한 이들이 곧장 상해로 와야 했고, 상해 비자가 없는 이들이 한동안 발을 동동 굴러야 했지만 배 안에서의 알찬 프로그램이 그들의 아쉬움을 달래줬을 듯하다. 황석영, 김용택, 이한철, 서문탁 등 이름만 들어도 누군지 알만한 이들이 제법 많이 보트에 탑승했다. 값비싼 비용을 지불해야 즐길 수 있는 공연을 배 안에서 만끽할 수 있었고, 현실과 떼려야 뗄 수 없는 다양한 주제를 가지고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다. 무엇보다도 이름 모를 수많은 이들의 재능기부가 잇따랐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아이 어른 할 것 없이 자신이 지닌 것을 펼쳐 보임으로써 짧은 기간에도 불구하고 깊은 관계를 맺을 수 있었으니 말이다. 너무 다양한 연령대의 사람들이 탑승했고, 그에 따라 관심사도 실로 다양했다. 어느 하나로 프로그램의 초점이 맞추어지지 않아 자칫하면 산만할 수도 있겠구나 싶었다. 하지만 개개인의 성향에 대한 존중이 밑바닥에 깔렸기에 피스&그린보트는 평온할 수 있었다. 조금 더 사교적인 사람이라면 모르는 이들과 섞여 식사를 하며 얼굴을 익혔을 것이고, 그렇지 않은 이들 또한 혼자 혹은 함께 배에 오른 이들과 식사를 하며 편한 시간을 보냈다. 그들을 괴롭힌 것은 궂은 날씨가 선사한 배멀미뿐이었는데, 이 또한 배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제각각 해법을 찾거나 적응해갔다. 평범한 직장인들에게는 열흘 동안 휴가를 떠난다는 게 쉽지 않다. 20, 30대 젊은 층과 사회생활에서 은퇴한 이들이 대거 배에 탑승했다는 사실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삶이 버거우면 모든 게 사치가 되어버리는 것이다. 대신 나는 프로그램에 참여했다는 어린 친구들에게 시선이 갔다. 아이들은 때묻지 않은 순수함을 지닌 존재다. 그들의 존재만으로도 탑승객들의 얼굴에 미소가 번졌으리란 건 당연하다. 무엇보다도 국경을 초월한 관계를 맺고, 역사를 조금이라도 고민할 시간을 가진 점은 그들이 올곧게 성장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공통의 바다 공통의 생명을 나누자! 아시아의 희망은 멈추지 않는다!

피스&그린보트, 그 여섯 번째 항해일지 아시아! 희망은 멈추지 않는다 가 출간되었다. 한국 환경재단과 일본의 대표적 NGO 피스보트가 공동으로 주최하는 크루즈 여행인 피스&그린보트는 2005년 첫 출항 이래 한ㆍ일 양국 시민들의 관심과 사랑 속에서 꾸준히 평화의 항해를 지속하고 있다. 이 책에는 한국과 일본, 나아가 아시아의 화해와 화합을 위한 이 특별한 크루즈 여행이 남긴 의미 있는 경험들이 담겨 있다. 9박10일간의 항해일지로 시작하여 피스&그린보트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선상활동과 다채로운 기항지 관광코스도 소개한다. 무엇보다 한ㆍ일 양국의 각계 인사와 시민 참여자들이 직접 쓴 즐거움과 감동의 여행기는 평화와 희망의 배, 피스&그린보트의 분위기를 생생하게 전해준다.


공통의 바다, 공통의 생명 | 요시오카 다쓰야
2013 피스&그린보트 참가자 여러분께 | 최열

1 나를 줄이면 당신의 환한 바깥

피스&그린보트 항해일지 | 김희은
-피스&그린보트 주요 프로그램
-피스&그린보트 AtoZ
나를 줄이면 당신의 환한 바깥 | 유성용
바다 위의 작은 나라, 피스&그린보트에 잠시 살다 | 김정욱
피스&그린보트 선상스케치 | 배상섭
선물이 쏟아져 내리는 마술 같은 배를 타고 | 곽준영
너른 바다 위 낯선 나를 마주하다 | 김세연
우리는 모두 다르다 그래서 지구는 아름답다 | 아라이 히로후미
드넓은 동아시아 바다를 품다 | 최홍식
언제 비바람에 흔들리지 않았던 적 있느냐 | 오동진

2 그래, 파랑이 지구 그 자체다

기항지 정보 [대만-지룽, 중국-상해, 일본-후쿠오카]
-교류코스
-관광코스
탄약고에서 생태평화단지로 대만 투청 농부 류 선생의 꿈 | 박은수
후쿠오카 탄광 마을에서 배우는 한ㆍ일 역사 | 김진수
아주 사적이고도 이기적으로 남은 기억들 | 정유희
정유희의 Peace&GreenBoat 그리고 남은 희희낙락 B컷 | 정유희
열흘 동안만 존재하는 배 위의 작은 마을에서 | 김신지

3 바다 위에 지은 학교

한국인, 일본인 상관없이 | 강은수
13살 동갑내기 병준ㆍ예원ㆍ승환의 피스&그린보트 9박 10일 승선기 | 김병준ㆍ강예원ㆍ백승환
일본군 강제종군위안부 이용수 할머니에게 드리는 글 | 조나영
흐르는 물처럼-서해성 선생님의 강연 ‘세 섬 이야기’를 듣고 | 허연재
‘한 배를 탄다’는 것은 | 고다영
제주도 곶자왈작은학교 아이들과 함께한 9박 10일 | 최영진
5년 만의 피스&그린보트 재승선기 | 이소영
신난다! 즐겁다! 2013년 피스&그린보트 여행기 | 이가영
피스&그린보트를 타고 생각한 것들 | 허민진
선물 같았던 아들과의 추억여행 강력추천 피스&그린보트! | 남궁성
어린이 선상학교_자연과 노는 학교
떠나라 낯선 곳으로 | 노장환

4 공통의 바다 공통의 생명
특별기획 한국ㆍ일본 지식인 선상 토론회_동북아 평화를 위한 지식인의 책무 | 송호근ㆍ와카미야 요시부미
PEACE&GREENBOAT, 동아시아의 하나됨과 세계사의 주역이 되리라| 성기문
바다는 사람을 이어준다 | 고나베 타쿠미
대화하고 이해하고 공감하는 여행, 피스&그린보트 | 시마타니 데쓰로
기후변화 선상리더십
기후변화 선상리더십 과정 보고서 | 장승조
개인전_피스&그린보트 그림일기 | 이종봉
어린이 선상학교를 마치며 | 최갑종
하얀 파도 속에 넘실대던 사랑이야기 | 이정아
샤롯데 그린드리머즈 3기 탑승 소감 | 샤롯데 그린드리머즈 3기
다섯 장의 사진으로 남은 추억들 | 조준수